대한의사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 추진에 대해 “행정권과 수사권이 결합된 위험한 권력 남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건보공단이 스스로를 수사 주체로 만들려는 시도는 법치국가의 대원칙을 훼손하고, 의료현장을 잠재적 범죄 현장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최근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특사경 도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관련해, “건보공단은 특사경 권한을 확보할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감사와 수사의 대상이 돼야 할 기관”이라며 “정부와 공단은 특사경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이사장은 “대통령이 세 차례 직접 지시했고 생방송으로도 언급된 사안”이라며 특사경 도입을 기정사실화했고,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신속한 계좌 추적과 재정 누수 차단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건보공단 역시 간담회 자료를 통해 ‘수사기간 단축’, ‘공단의 전문성’, ‘집중수사 가능성’을 강조하며 제도 필요성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의협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을 왜곡한 일방적 논리”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사무장병원 수사가 장기간 소요되는 이유는 수사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범죄 구조가 복잡하고 조사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속전속결식 수사는 부실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무죄 판결 시 환수금 반환과 이자 지급으로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건보공단이 의료기관과 수가계약을 맺고 진료비를 지급·삭감하는 명백한 이해관계자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의협은 “계약 당사자이자 채권자 지위에 있는 기관에 강제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피해를 주장하는 자에게 수사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자력구제 금지라는 법치국가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현지확인’ 제도에서도 인권침해와 영장주의 훼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상황에서,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공권력 남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수사 경험과 법률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이 채권 회수라는 금전적 목적을 위해 강제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의료인의 기본권과 국민의 권익 침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보공단의 도덕성과 조직 운영 문제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건보공단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약 6000억 원의 인건비를 정부 지침을 위반해 과다 편성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으며, 현재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2022년 발생한 대규모 직원 횡령 사건까지 더해지며, 건보공단은 ‘재정 누수 차단의 주체’가 아니라 ‘재정 관리 실패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협은 “이 같은 전력이 있는 기관이 특사경 권한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적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라며 “건보공단은 권한 확대가 아니라 내부 통제와 방만 경영 해소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건보공단이 새롭게 구성한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과잉진료 의심이라는 명목 아래 의사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는 정책”이라며 “건보재정 악화의 주된 원인은 의료쇼핑 등 수진자의 과다 이용에 있음에도,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과잉진료 판단 역시 단순 수치 분석이 아닌 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해당 과정에 의료계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끝으로 “특사경 제도는 재정 절감도, 수사 효율화도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기존 경찰과 수사기관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 키울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법상 단체이자 계약 당사자인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정부와 국회는 의료현장과 국민 건강에 미칠 파장을 직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