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경실련·보건의료노조·한국노총·환자단체연합, 이하 연대회의)는 정부가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확정한 2027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 490명에 대해 “다가오는 초고령·다사(多死) 사회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11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가 2027년 490명, 2028~2029년 613명, 2030년 이후 813명 수준의 단계적 증원과 지역의사전형 확대, 공공의대·지역의대 추가 양성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의료개혁의 해법이 아닌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타협에 가깝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특히 의사 인력 확충이 장기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대 입학생이 실제 전문의로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10~12년이 걸린다”며 “2027학년도 입학생이 전문의가 되는 시점은 2037년 이후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기에 진입해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증원 규모를 최소화한 것은 향후 의료 대란을 예고하는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연대회의는 정부가 설치한 의사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결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추계위는 2037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를 4,724명으로 제시했으나, 정부가 교육 여건 상한과 가상의 공공·지역의대 인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증원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력정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결과적으로 증원 축소의 명분으로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의대 교육 여건을 이유로 증원 규모를 제한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연대회의는 “의대생 학번 중첩과 교육 부담은 집단 이탈과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만든 결과”라며 “교육 여건 부족은 국가 투자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증원을 줄이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사 부족으로 인해 진료지원간호사(PA)와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업무가 전가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PA가 급증했지만, 업무 범위와 책임 체계는 여전히 불명확하다”며 “정부의 정책은 의사 지원 중심에 머물러 있고, 실제로 업무를 떠안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정원·처우·안전 대책은 부차화돼 있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시니어 의사 활용이나 인공지능(AI) 도입을 의사 부족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정부·의료계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도 “보조 수단일 뿐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AI 생산성을 전제로 필요 인력을 축소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AI 도입 전 환자안전 영향평가와 고용·업무 전가 평가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지역의사전형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 전달체계와 병상 구조 개편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수도권 대형병원 병상 확대 경쟁을 방치한 채 지역에 인력만 배치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2차 의료 강화, 팀 기반 진료체계, 지불제도 개편 등 구조 개혁이 증원 정책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최근 수년간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은 일관된 원칙 없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오락가락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공백의 비용은 환자와 국민, 현장 보건의료 노동자가 감당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PA 업무 전가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인력 기준과 책임 체계 마련 ▲보건의료 노동자의 정원·처우·안전 강화 ▲병상·전달체계 개편과 지불제도 개혁 ▲의사 직종 중심이 아닌 환자 안전과 건강권, 노동권을 포괄하는 의료개혁 패키지 제시 등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다가오는 인구절벽과 다사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증원 숫자 논쟁을 넘어선 근본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함께 책임 있는 의료 혁신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