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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ㆍ병원

노재영 칼럼/반복 개흉에서 카테터로… 선천성 심장병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 치료의 역사는 곧 ‘반복 수술’의 역사였다. 특히 팔로 사징증 교정술 이후 폐동맥판막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은 성장 과정에서 판막 기능이 다시 떨어지면 재수술을 피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수술이 거듭될수록 출혈, 감염, 심부전 등 합병증 위험이 누적되고,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신체적·심리적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이 같은 치료 현실에 변화의 신호를 보낸 사건이 최근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심장센터가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PPVI/PPVR) 200례를 달성한 것이다. 

단일 기관으로는 국내 최초다. 숫자 자체도 의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술 중심’에서 ‘중재 시술 중심’으로 이동하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담겨 있다.

재수술을 줄이는 전략, 치료의 방향을 바꾸다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 정맥을 통해 카테터로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최소 침습 치료다. 개흉·개심수술을 대체하거나, 최소한 그 시점을 늦추는 전략으로 도입됐다. 회복 기간이 짧고 입원 기간과 수술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서울대병원은 200례 중 타 질환 사망 1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추가 개흉수술 없이 경과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초기 허가용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10명을 9년간 추적한 결과, 전원에서 초기 삽입 시점과 유사한 판막 기능이 유지됐다. 이는 단순히 “덜 침습적”이라는 장점에 그치지 않고, 장기 내구성 측면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선천성 심장병은 ‘완치’보다는 ‘평생 관리’에 가깝다. 소아 환자가 성인이 되고, 다시 중년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치료 전략은 반복적으로 재설계된다. 이런 질환 특성상 재수술을 줄이는 중재 시술의 역할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치료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축이 됭다.

국산 기술, 치료 선택지를 넓히다
이번 200례에는 국내 기술로 공동 개발된 자가확장형 ‘Pulsta’ 판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016년 해당 판막의 최초 인체 삽입에 성공했으며, 현재까지 전체 환자의 약 70%에 이를 적용했다. Pulsta 판막은 최근 유럽 CE 인증을 획득하고 17개국 50여 개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료기기 수출 성과를 넘어, ‘국내 개발–국내 임상 축적–해외 확산’이라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한 사례다. 그동안 경피적 판막 치료 분야가 미국·유럽 기업 제품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료 선택지의 다변화는 곧 환자 접근성 확대와도 직결된다.

삶의 질을 바꾸는 치료
최소 침습 치료의 진정한 가치는 생존율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반복 개흉수술을 앞두고 겪는 공포, 긴 입원과 회복 기간으로 인한 학업·사회생활의 중단, 가족의 돌봄 부담 등은 통계로 잘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질’ 문제다.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은 이러한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준다. 수술 흉터와 통증, 회복 기간이 감소하면서 환자는 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는 신체적 회복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 사회적 적응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만든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요 심장센터를 중심으로 해당 시술이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례 이상 축적된 단일 기관 경험이 등장한 것은 치료 인프라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시술 경험의 축적은 곧 합병증 관리 역량과 직결되며, 이는 다시 환자 안전으로 이어진다.

‘200’은 출발점이다
200례 달성은 하나의 이정표이지만, 동시에 출발점이기도 하다. 더 긴 추적 관찰, 다기관 연구 확대, 건강보험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최소 침습 중재 치료가 진정한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 치료의 무게중심이 ‘수술실’에서 ‘중재시술실’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중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얼마나 더 많은 환자가 반복 수술의 부담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수술을 줄이고, 치료 전략을 바꾸며,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 200례는 그 가능성을 숫자로 증명한 사건이다. 그리고 그 숫자 뒤에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의료의 방향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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