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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치료저항성 조현병 약 ‘클로자핀’, 뇌 미세구조 바꾼다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 ,기존 뇌 MRI 분석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 ‘질감 분석’ 통해 확인...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서 클로자핀 반응군 사전 예측 가능성 열려
조현병, 망상·환각 등 증상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증 정신질환... 대인관계·학업·직업 유지 어려워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공동 제1저자 정신건강의학과 문선영 교수,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조원익 석사)이 뇌 MRI를 정밀 분석한 결과, 1차 치료제가 듣지 않는 조현병 환자에 널리 쓰이는 ‘클로자핀’이 뇌 미세구조에 유의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시적 수준에서 클로자핀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현병은 망상, 환각 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증 정신질환으로, 환자는 대인관계·학업·직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 번 걸리면 회복이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

조현병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 기능 이상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뇌 안에서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거나 과소하게 분비되는 상태가 주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받는다. 이때 처방되는 치료제를 ‘항정신병약물’이라 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1차 항정신병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치료반응성 조현병’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약 30%는 1차 항정신병약물을 두 가지 이상 투여 받았음에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저항성 조현병’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마지막 선택지로 ‘클로자핀’이 사용된다.

클로자핀은 치료저항성 조현병에 대해 유일하게 국내외 승인을 받은 항정신병약물로, 1차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클로자핀을 투여 받은 환자 중 무려 40~70%가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클로자핀이 뇌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효과를 내는지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문제는 약물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파악하려면 뇌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구조적 변화까지 살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뇌 MRI 분석은 부피나 두께처럼 큰 변화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미세구조의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팀은 뇌 미세구조 변화까지 측정 가능한 ‘질감 분석(Texture Analysis)’에 기반, 클로자핀이 뇌 미세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자 했다.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 33명과 치료반응성 조현병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각각 클로자핀과 1차 항정신병약물을 18주간 투여했으며, 치료 전후 18주 간격으로 뇌 MRI를 촬영해 질감 분석을 실시했다. 질감 분석은 MRI를 구성하는 작은 점들의 밝기 패턴 변동을 통해 질병 초기 혹은 치료 이후 나타나는 초기 미세구조 변화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그 결과, 클로자핀을 투여 받은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는 약물에 반응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 후 좌측 뇌 안쪽 영역(미상핵)의 질감이 유의하게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당 부위의 미세구조가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1차 약물을 투여 받은 치료반응성 환자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반응 여부와 별개로 클로자핀 자체가 뇌 미세구조, 특히 조현병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미상핵의 미세구조에 변화를 유도했음을 나타낸다.

주목할 점은 클로자핀에 반응한 환자군(15명)과 반응하지 않은 환자군(18명)이 치료 후 뇌 구조가 변화하는 패턴은 같았으나, 치료 전 뇌 구조는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치료 전 시점에서 클로자핀 반응군은 비반응군보다 좌측 미상핵의 미세구조가 덜 복잡했다. 또한, 반응군 내에서도 미세구조가 복잡할수록 망상, 환각 같은 증상이 더 많이 개선된 것으로 관찰됐다. 약물을 투여하기 전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의 뇌 상태로 클로자핀 치료 결과를 가늠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김의태 교수(교신저자)는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는 최소 2가지의 1차 치료제를 시도한 뒤에도 반응이 없을 때 최후의 보루로서 클로자핀을 투여하게 되므로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본 연구는 향후 클로자핀에 반응할 환자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불필요한 약물 처방을 줄이고 치료 시작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정신의학 분야 권위지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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