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 국립보건연구원(원장 남재환)이 난치성 폐질환인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핵심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ATF3의 새로운 기능을 밝혀내며 향후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레르기·면역 분야 국제학술지 Clinical Science(IF 7.7)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Loss of ATF3 exacerbates pulmonary fibrosis via enhanced neutrophil recruitment and profibrotic macrophage polarization’이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호흡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심한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진단 후 수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예후가 매우 불량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치료제는 일부 개발돼 있으나 질병 진행을 늦추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염증이나 스트레스 자극 시 초기 반응에 관여하는 전사 조절 인자인 ATF3가 폐섬유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ATF3 결핍 동물 모델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TF3가 결핍된 경우 폐 기능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 용량은 정상군 대비 약 20~25% 감소했고, 폐 탄성은 증가한 반면 폐 순응도는 감소해 폐 조직이 더욱 경직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ATF3가 폐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보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면역 반응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ATF3가 결핍된 경우 염증 초기 반응을 담당하는 호중구가 약 10배 이상 증가했고, 섬유화를 촉진하는 M2c 표현형 대식세포도 약 6.5배 늘어났다. 이와 함께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며 염증과 조직 손상이 동시에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사체 분석에서도 ATF3 결핍군은 염증 및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1.5배 이상 증가했으며, 면역·염증 경로가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ATF3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폐섬유화 진행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뒷받침한다.
조직 분석 결과에서도 ATF3 결핍 시 폐포 구조 붕괴, 염증세포 침윤, 콜라겐 축적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실제로 콜라겐 양은 약 1.4배 증가해 섬유화가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ATF3가 호중구 유입과 대식세포 분극을 동시에 조절해 염증과 섬유화를 함께 억제하는 새로운 면역 조절 축을 규명했다”며 “초기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가 폐섬유화 진행을 완화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원호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폐섬유화는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만성 폐질환인 만큼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절실하다”며 “ATF3 경로를 조절하는 접근법이 향후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폐 손상 이후 면역·염증·섬유화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진행된다는 병태생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 동시에 ATF3를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이 향후 난치성 폐질환 극복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