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의료원 가족 여러분
아름다운 2014년 새해가 시작되는 참 좋은 날입니다. 올해로 제중원을 시작한지 130년을 맞이합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산 증인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의료기관으로서 세브란스가 130 성상(星霜)의 연륜을 쌓아왔다는데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습니다. 한편으로 교육, 연구, 진료의 역사를 한 페이지씩 새롭게 써나간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우리 모두 지난 해를 돌이켜 보시지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교직원들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를 봉헌하여 의료산업화를 주도할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였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이 연구중심병원과 임상시험 글로벌 선도센터에 각각 선정됨에 따라 기초, 임상 그리고 중개연구를 위한 완벽한 체제를 갖춘 의료원이 되었습니다.
세브란스와 강남세브란스병원이 JCI 재 인증을 받음으로써 진료의 global standard가 바로 우리의 체질이 되었다고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개원 30주년을 맞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명품병원으로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희망 찬 재도약을 선언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3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 달성을 통하여 확고하게 환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병원임을 천명하였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새로 개원한 서울역 세브란스 체크업은 어려운 국내경기에도 불구하고 수검자수 40%, 매출 60% 이상 증가라는 기대 이상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미래 창조적 수술의 대명사인 로봇 수술이 1만 례를 최단기간에 돌파하여 세계적인 로봇수술의 메카임을 입증하였습니다.
의료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창의(創醫)센터’는 병원 계에서 처음 ‘Patient Experience’를 도입하면서 정부의 창조 경제와 맞물려 ‘세브란스가 창조의료를 주도하는가?’라는 질문을 유발하였습니다. 한국형 재난의료의 표준을 만들 ‘재난의료 사회안전망사업단’을 발족했습니다. 거액모금인 ‘I am Severance'에 이어 대중모금 캠페인인 'Let's Make Forest with Severance'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의료기관 모금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기도로 함께 하는 의사’ 프로젝트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환자를 치유하는 세브란스의 정신을 잘 실천하는 사례입니다.
의과대학은 국내 최초로 상대평가 학점제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방식으로의 전환을 선언하였습니다. 의과학 우수논문 발표 1위, BK21플러스 ‘미래기반 창의인재 양성’ 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치과대학은 지난해 10월 미국치과의사면허시험자격 인증을 위한 CODA(The Commission on Dental Accreditation)의 서류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간호대학은 KOICA의 지원 하에 방글라데시에 간호전문대학원 설립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모두 교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제가 의료원장 취임사에서 말씀드린 ‘1등 의료원’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인 Great, Growth, Global, Glory의 ‘4G’를 공유하신 여러분의 세브란스 사랑에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의료원 가족 여러분,
기대와 기쁨 그리고 감사함으로 시작하는 새해지만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사회의 불황의 여파는 진료 실적이나 각종 경영 지표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수익 전망은 어둡고 반면에 지출비용은 늘고 있습니다. 올해 새 암 병원 개원과 함께 제중관을 비롯한 병원의 공간 재배치 공사도 시작해야 합니다. 의과대학과 제중학사 신축 등 이들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영상의학 수가 인하와 포괄수가제 적용 등 저수가(低酬價) 문제는 올해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축소가 병원 경영에 막대한 타격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과거의 호황기와 달리 이제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의료시장에 닥친 변화의 밑바탕에는 ‘평준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거 세브란스는 여타 의료기관들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었으나 격차가 줄고 있습니다. 의료 평준화 현상으로 ‘그 분야에서 어느 병원이 최고인가’가 병원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The first'가 곧 'The best’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후발 주자라도 ’The best'가 될 수 있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새 암병원을 세브란스 차세대 모델로 만들어야
오늘의 세브란스는 단순히 ‘The first'였기 때문에 이룩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믿음의 선배이신 에비슨, 김명선 선생님 등 수많은 선각자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교직원 가족들의 노력과 사랑이 지금의 세브란스를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의료원 가족 여러분,
세브란스 130년의 역사는 첫째, 세브란스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둘째, 하나님의 사랑을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선후배, 동료 교직원들의 의지의 결과입니다.
위대한 우리의 역사 속에도 많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세브란스 새 병원 건축 때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어 양보와 희생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습니다. 1997년 닥친 IMF구제금융 사태는 새 병원 건립은 고사하고, 세브란스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뇌파 검사지를 이면지로 사용하고, 수돗물을 아끼려고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고, 환자를 위하여 교직원 주차장을 반납하면서 세브란스 새 병원을 지어 하나님께 봉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6,079명이 모은 건축기금 573억 원은 오늘도 새 병원의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이 부족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면서도 때로는 목숨이 위태로운 때도 있었습니다. 고비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세브란스인의 하나된 힘으로 지금의 세계적인 의료 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세브란스의 성장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위기는 극복되어야만 하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새 암 병원에 특별히 주목합니다. 새 암 병원은 9년전 2005년 세브란스 새 병원 봉헌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새 암 병원은 의료원 산하 병원 중의 하나가 아닌, 제2의 세브란스병원입니다. 그만큼 새 암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고,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암 병원으로 만들어야 할 책무를 우리 모두가 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원 가족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야 합니다. 새 암 병원은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유전자 맞춤 진료와 최고의 생존율,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근한 병원, 암 예방부터 퇴원 후까지 일관된 관리를 제공하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최고 암 병원의 성공과 그 성공 DNA를 의료원 전체로 확산시켜나가는 것이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MDACC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세계 27개의 유수한 암 병원들이 참여하는 Global Academic Program 컨퍼런스를 성공시켜 전 세계에 세브란스와 암 병원의 위상을 높일 것입니다. 그리고 새 암 병원의 성공과 그 성공 DNA를 의료원에 확산시키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융합’을 제시합니다.
제가 융합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융합은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세브란스 구성원이 각자 분야에서 최고라고 해도 협업과 소통이 없으면 한계에 봉착합니다. 나 홀로 진료, 나 홀로 연구, 나 홀로 교육은 한계가 있어 경쟁력을 상실합니다. 두 사람이 모이면 4사람의 힘이 생깁니다. 의료원 행정에서도 mini-MBA, core-MBA 등 경영교육을 통하여 부서와 부서, 직무와 직무가 융합하여 일 당 백의 multi-job이 가능한 일등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진료 현장의 아이디어가 연구로, 연구 성과가 제품화되어 진료 현장으로 이어지는 융합은 우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입니다. 의료산업화는 세브란스는 물론,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 국부창출의 기반이 됩니다. 올해는 연구중심병원 기반 구축, open innovation을 통한 범 연세 연구클러스터 완성 등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둘째, 융합은 의료원의 화합을 더욱 단단하게 합니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둘이 가면 멀리 갑니다. 벽을 없애고, 내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 다른 영역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의과대학의 상대평가 학점제 폐지로 상징되는 세브란스의 창의적 교육을 통해 양성된 우수 인력은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합을 통한 분화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교육에서 상대평가를 폐지한 이유는 인재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경쟁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와 화합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융합의 덕목으로 우리가 처한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바꾸어야 합니다.
새 암 병원 통해 성공과 나눔의 유전자 확산시켜야
세브란스는 의료계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주는 지원 없이 홀로 외로운 경쟁을 하며 성장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저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의미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의사 연수 교육과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구축하는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습니다. 세브란스에서 외과의사를 연수받게 한 사우디왕립병원장은 전 세계 여느 병원보다 세브란스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사우디 프로젝트’는 세브란스가 교육 비즈니스와 병원전산화 수출, 의료관광 등 의료산업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사우디 방문 후 저는 실명 환자에게 빛을 찾아주는 ‘이동형 안과병원’ 기증 행사에 참석차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했습니다. 말라위 실명예방사업에 동참함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세브란스의 정신이 아프리카에서 실천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뿌듯하게 했습니다.
미국 브라운 의대 교수이며 4대째 의료선교사로 케냐의 텐웩병원 외과 책임자로 있는 러셀 화이트 박사가 세브란스를 방문한 뒤 “어떻게 이렇게 큰 기관에서 여전히 선교적인 정신을 지켜낼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고 합니다. ‘의료 선교’와 ‘병원 성장’이란 두 가지 과제를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칭찬이면서 앞으로도 근본을 잘 지켜달라는 요청이기도 했습니다.
세브란스 정신은 우리 힘의 원천입니다.
지난 연말 시작한 ‘빛의 기둥 프로젝트’는 우리 스스로 세브란스 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세상 끝까지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빛의 기둥 프로젝트는 1904년 세브란스병원을 신축 완공한 뒤 에비슨 박사가 처음 한 수술이 백내장 수술이었다는 데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빛의 기둥을 구성하는 6,538개의 세라믹을 교직원들과 후원자들이 하나하나씩 모아 정성으로 완성시킨다면, 빛의 기둥 프로젝트는 들불처럼 번져나가 10배, 100배 많은 사랑으로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빛의 기둥 프로젝트에 기도하시면서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빛의 기둥을 통해 세브란스를 나눔 유전자를 전파하는 기지로 만들어 나갑시다.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13절에서 사도 바울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은 하나님이 세브란스의 주인이 되신다는 ‘믿음’이며, 소망은 대학과 병원이 'the Best'가 되기 위한 바람입니다. 그 중에 제일은 세브란스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세브란스의 환자를 향한 사랑, 그리고 세브란스 공동체 교직원의 서로를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브란스의 ABCD(All that is Basic, Convergence, Differentiation)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All that is Basic 즉 기본에 충실하되 , Convergence 융합을 통해 , Differentiation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뜻입니다. 즉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기본을 지키되 융합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성경 말씀처럼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교직원 여러분
세브란스 공동체가 이러한 소망과 사랑을 이루어 가는데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올 한해 이 질문을 가슴에 품고 해답을 찾아 실천하는 것에 지혜를 모아 주십시요. 그리고 말처럼 힘차게 달립시다.
감사합니다.
2014년 1월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이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