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가장 큰 사망원인인 암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암 발생자수는 24만 4천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3.5%나 늘어났다. 암은 사망률이 높고 치료에 대한 부담도 커 많은 암환자들이 신체적 증상 외에도 다양하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이처럼 암환자가 겪는 모든 정신적 고통을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정의하고 있다. 암환자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 개선을 돕는 정신종양학에서는 전체 암환자의 20%~40%가 디스트레스를 겪으며, 암진단 및 치료 중에는 물론 치료가 끝난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자력병원 암환자정신건강센터 자료에 의하면, 전체 암환자의 절반가량이 불안과 우울이 동반된 적응장애나 극심한 우울증 등 임상적으로 분명한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모든 암환자의 25%는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며, 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이 비율이 80%까지 증가하고, 말기에 이르면 거의 모든 암환자가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우울증이 암환자의 생존확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토대로 2004년~2009년 사이 암 진단을 받고 5년 이상 생존한 1만106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겪은 암 생존자의 사망위험이 그렇지 않은 생존자에 비해 5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심신의학'(Psychosomatic Medicine) 최신호에서는 폐암 진단 후 우울증이 지속되면 최신 항암 치료를 받아도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팀이 진행성 폐암 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우울증이 계속되는 환자는 최신 치료법에 의한 효과가 제한적이며, 우울증 강도가 높은 경우 정신과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된다면 나을 수 있는 병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당한 활동과 운동을 유지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취미생활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권장된다. 한국정신종양학회에서는 이와 함께 △자신의 상태와 치료 과정, 증상관리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생활 속에서 겪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이해하기 △일상 활동과 휴식의 밸런스 유지 △ 사람과의 만남을 유지할 것 등 10가지의 디스트레스 관리법을 제시하고 있다.
환자 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 더해 우울증 완화 효과가 알려진 면역증강 보조제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지난 2000년 발표한 ‘싸이모신 알파1(Thymosin α₁)을 통한 화학요법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논문에서는, 항암 화학요법을 받는 위암 환자들에게 싸이모신 알파1 ‘자닥신’(Zadaxin) 투여 시 식욕 및 수면의 질 향상, 생활의 활력 및 컨디션 조절, 피로도 및 우울증 완화 등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