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신약 개발 속도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라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임상시험 승인 대기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며 ‘속도전’에 돌입했고, 미국은 혁신 치료제에 대해 신속 승인을 가능케 하는 ‘국가 우선 바우처(CNPV)’ 제도를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중국 의약품심사평가센터(CDE)는 최근 신약 임상시험 심사 대기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FDA의 심사기간 기준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번 제도는 임상적 가치가 명확하고 정부가 지정한 주요 의약품, 소아암·희귀질환 등 소아용 치료제, 중국에서 동시 진행되는 글로벌 임상시험 등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오는 7월 16일까지 의견 수렴 후 최종 확정된다.
이 같은 제도 변화는 실제 수치로도 입증된다. 중국 바이오텍이 개시한 항암제 임상 비중은 2009년 2%에서 2024년 39%까지 급증하며, 미국과 유럽을 넘어섰다. 하버드대 벨퍼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오 기술은 중국이 미국을 가장 먼저 추월할 가능성이 있는 핵심 기술 분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 FDA 국장 스콧 고틀리브는 “미국에서는 1상 임상시험 승인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비용 부담이 크지만, 중국에서는 first-in-human 임상 개시가 비교적 간단해 유망 후보물질 확보가 빠르다”고 언급했다. GSK의 항암 R&D 총괄 헤샴 압둘라 박사도 “중국의 빠른 PoC(Proof of Concept) 데이터 확보는 파트너사들의 사업 판단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FDA는 6월 17일, 신약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는 ‘국가 우선 바우처(CNPV)’ 제도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국가 보건 위기 대응, 혁신 치료제 제공, 미충족 수요 해결,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제조 강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제공되며, 기존 10~12개월 걸리던 신약 심사를 1~2개월 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
FDA는 전문 인력을 집중 투입해 단 하루 동안 집중 회의를 거쳐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첫 해에는 소수 기업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키움증권 허연구원은 "이 제도는 제약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며 "과거 1~2개월 내에 승인된 사례는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트리카프타, 항암제 글리벡과 블린사이토,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심혈관계 치료제 등에도 바우처를 무작정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고, ‘국가 우선순위’ 기준 자체가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최혜국 조항이 이 제도와 연결될 경우, 빠른 승인보다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 FDA는 조만간 CNPV 관련 구체적 기준과 적용 계획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역시 신속 임상심사 제도의 시행일 및 세부 조건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강대국의 규제·인센티브 전략 변화가 글로벌 신약 개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