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 제도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이 대규모 투자 축소와 경영 악화, 고용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산업계 전반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산업의 성장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의약품수출협회,한국제약협동조합,한국신약개발조합, 바이오협회,이하 비대위)는 29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문은 국내 제조시설을 보유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회원사 184곳 가운데 59개사가 참여했다. 응답 기업은 대형기업(연매출 1조 원 이상) 7곳, 중견기업(1조 원 미만~1,000억 원 이상) 42곳, 중소기업(1,000억 원 미만) 10곳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혁신형 제약기업은 21곳(35.6%), 미인증 기업은 38곳(64.4%)이며, 이들 기업의 총 매출 규모는 20조 1,238억 원에 달한다.
설문 결과,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가 현행 최초 산정가의 53.55% 수준에서 40%대로 인하될 경우, 59개 기업의 연간 예상 매출 손실액은 총 1조 2,144억 원으로 추산됐다. 기업당 평균 매출 손실은 233억 원에 이른다. 특히 중소기업의 매출 손실률이 10.5%로 가장 컸고, 중견기업 6.8%, 대형기업 4.5% 순으로 나타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충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은 총 4,866개로, 이 중 중견기업 품목이 75.1%를 차지했다.
수익성 악화도 심각할 전망이다. 응답한 CEO들은 약가 인하가 시행될 경우 기업당 평균 영업이익이 51.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견기업의 영업이익 감소율은 55.6%로 가장 높았으며, 대형기업 54.5%, 중소기업 23.9% 순이었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축소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비는 2024년 1조 6,880억 원에서 2026년까지 4,270억 원이 줄어 평균 25.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당 평균 R&D 축소액은 366억 원에 달한다. 특히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 축소율은 각각 26.5%, 24.3%로 대형기업(16.5%)보다 높았다. 혁신형 제약기업보다 미인증 기업의 R&D 축소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설비투자는 연구개발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설비투자 규모는 2024년 6,345억 원에서 2026년까지 2,030억 원이 줄어 평균 3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축소율은 52.1%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중견기업 28.7%, 대형기업 10.3%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59개 기업의 종사자 수는 3만 9,170명이지만, 약가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1,691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인원의 9.1%에 해당한다. 감축 인원은 중견기업이 1,3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형기업 285명, 중소기업 80명 순이었다. 중견기업의 평균 인력 감축률은 12.3%로, 중소기업의 두 배를 넘었다.
사업 차질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응답 기업의 74.6%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전면 또는 일부 취소하거나, 출시 계획을 변경·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수익성과 채산성 악화, 개발비 회수 불가능, 경제성 미성립, 원가 상승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약가 인하 시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채산성 저하에 따른 생산 중단’과 ‘연구개발 투자 감소’가 각각 52개 기업에서 동시에 지목됐다. 이 가운데 1순위로 가장 많이 선택된 항목은 ‘채산성 저하에 따른 생산 중단’이었다.
비대위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축소는 물론 고용 감축과 사업 차질까지 전방위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약가 정책을 단순한 재정 절감 수단으로 접근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