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80 수입 치약 트리클로산 검출 사태는 단순한 원료 관리 실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위생용품과 건강 관련 소비재 전반의 관리체계가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묻는 사건이다. 치약은 매일, 그것도 하루에 두세 번 입안에 직접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다. 그 치약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보존제가 광범위하게 검출됐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불안을 넘어 배신감을 안겼다.트리클로산은 항균 효과로 한때 ‘만능 성분’처럼 쓰였지만, 내분비계 교란, 발암 가능성, 환경 잔류성 문제로 이미 세계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4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는 트리클로산이 하천과 호수로 흘러들어가 햇볕에 노출될 경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분해되고, 이는 어류와 조류 등 수중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를 계기로 미네소타주는 미국 최초로 트리클로산 함유 소비자 제품 판매를 금지했고, 이후 미국 FDA는 트리클로산을 포함한 23개 항균 성분을 OTC 인체 도포 제품에서 퇴출시켰다.
우리나라도 이미 2016년부터 치약에서 트리클로산 사용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현실은 참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중국 Domy社에서 제조된 2080 수입 치약 6종 가운데 수거 가능한 870개 제조번호 중 무려 754개에서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까지 검출됐다. 반면, 애경산업이 국내에서 제조한 치약 128종에서는 단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이 ‘수입 관리’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것은 혼입 경위다. Domy社는 치약 제조 장비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트리클로산을 사용했고, 그 잔류물이 제품에 섞였다. 작업자별로 사용량이 달라 잔류량도 들쭉날쭉했다. 이는 우발적 사고라기보다 기본적인 제조·품질관리 개념이 결여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그럼에도 수입자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고, 문제 인지 후에도 회수 절차를 지연하는 등 책임 있는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0.3% 이하 트리클로산 치약 사용에 따른 위해 우려는 낮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평가로서 의미는 있다. 그러나 이 설명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핵심은 ‘얼마나 위험한가’ 이전에 ‘왜 금지된 성분이 들어왔는가’, ‘누가 이를 걸러내야 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안전성 논쟁으로 사안을 축소하는 순간, 제도와 관리의 실패는 가려지고 국민의 신뢰는 더욱 훼손된다.
이번 사태는 치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 위생용품 등 인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제품 상당수가 해외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 원료 하나, 세척 공정 하나만 허술해도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입 제품에 대한 관리 기준과 책임 구조는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식약처가 발표한 후속 대책은 방향성 면에서는 분명하다. 최초 수입 시 트리클로산 성적서 제출 의무화, 매 제조번호별 자가품질검사, 유통 단계 전수조사, 해외제조소 점검 확대, 위해성분 모니터링 주기 단축, 치약 GMP 의무화 검토, 징벌적 과징금 도입까지 제시됐다. 문제는 이 대책들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작동하느냐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징벌적 과징금’이다. 위해 의약외품을 제조·수입해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지 못한다면, 기업에게 안전은 언제나 비용일 뿐이다. 실질적인 처벌과 책임이 뒤따를 때만 관리 수준은 올라간다. 또한 해외 제조소에 대한 점검 역시 서류 중심이 아닌 공정·세척·원료 관리까지 들여다보는 실질적 현장 점검으로 강화돼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학적 수치의 나열이 아니다. “안전하다”는 말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시스템이다. 치약 한 통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건강기능식품과 위생용품 전반에 대한 관리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경고다. 수입 제품일수록 더 엄격하게, 인체 노출 제품일수록 더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생활 속 안전은 사소한 것에서 무너진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번 사태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길 것인지, 국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인지는 이제 정부와 업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민은 더 이상 ‘몰랐다’는 변명에 안심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철저한 관리와 그에 대한 분명한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