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과학적 근거를 통해 국민건강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연구원)이지만, 정책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연구 실적, 자료조차 숨기는 비공개 회의, 부족한 역량과 불투명한 신의료기술 평가, 직원들의 잦은 이직까지 총제적으로 문제가 많은 연구기관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전주덕진)이 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직접적 정책 반영 연구 건수’에 따르면, 연구원에서 생성한 연구자료가 거의 국가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32건의 연구 중 겨우 5건만이 정책에 반영되었고, 2013년 39건의 연구 중 정책에 반영된 것은 4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율로 치면 ’09년 15.6%였던 정책반영율은 ‘12년 11.9%, ’13년에는 10.3%로 저조한 정책반영실적을 나타냈다. 최근 5년간 총 171건의 연구 중 24건, 14%만이 국가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이는 연구원에서 해온 연구의 질이 낮고, 시의성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결국 해야 할 연구가 아니라 하고 싶은 연구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의 직접적 정책 반영 연구 건수> | |||||
연도 | ‘09년 | ‘10년 | ‘11년 | ‘12년 | ‘13년 |
전체연구건수 | 32건 | 28건 | 30건 | 42건 | 39 |
반영건수 | 5건 | 4건 | 6건 | 5건 | 4건 |
비율 | 15.6% | 14.3% | 20.0% | 11.9% | 10.3% |
자료: 보건의료연구원, 김성주의원실 재구성
또한 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탁회의 프로그램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원탁회의 프로그램은 보건의료분야의 사회적 쟁점에 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합의를 도출한다며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되어 작년까지 총 9차례가 진행되었다. 올해도 로봇수술, 치매 등 4건의 주제로 원탁회가 진행되고 있다. 원탁회의 회의수당 지급 역시 적게는 연간 180만원에서 많게는 1,900만원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09~’13년 원탁회의 수행목록> | |
연도 | 제목 |
2009 |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사회적 합의안 제시 |
2010 | 국내 우울증의 질병부담과 치료 현황 |
2010 | 우울증, 자살 그리고 한국사회 Round-table Conference |
2011 | 공익적 보건의료 연구자료 활용을 위한 Round-table Conference |
2012 | NECA 원탁회의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각계 전문가가 바라보는 해결책은? |
2012 | NECA 원탁회의 고도비만환자에서 수술이 필요한가? |
2013 | NECA 원탁회의: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유용성 |
2013 | NECA 원탁회의: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의 유용성 |
2013 | NECA 원탁회의: 벤조다이아제핀계열 약물의 처방양상 및 안전성 |
그러나 2012년까지 공개되어 온 원탁회의 자료가 2013년부터는 회의 내용과 결과 모두 홈페이지 공개조차 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합의 과정이 담긴 보고서의 경우 실명이 공개되는 경우 참석한 발표자 및 토론자의 소신발언이 어려워 연구심의위원회를 통하여 비공개로 결정’했다는 해명만 내놓았을 뿐이다. 이 때문에 세금으로 1,350만원이 회의수당으로 지급되었지만,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사,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접종과 같은 주제조차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지속되어온 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신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신청인에게 통보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연구원은 통보기한을 무려 149일이나 지연해 통보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보건의료연구원이 신의료기술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지만, 평가의 핵심적인 부분은 여전히 식약처와 심사평가원에 의존하고 있고, 식약처, 심사평가원 등 관련기관 의견수렴 절차를 단축시킬 방안도 마련되지 못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여부 지연통보 현황> (단위: 건, 일수) | |||||||
지연사유 | ‘08 | ‘09 | ‘10 | ‘11 | ‘12 | ‘13 | 지연기간 (최소~최대) |
신청건수 증가 | 164 | 164(3~148) | |||||
심평원으로부터 업무이관 | 13 | 13(3~12) | |||||
평가대상여부 재심의 | 1 | 1 | 7 | 9(3~33) | |||
유전자 소위원회 개최 | 6 | 6(16~42) | |||||
심평원 등재여부 질의기간 | 4 | 42 | 20 | 66(1~56) | |||
식약청 등 의견수렴 등 | 4 | 6 | 1 | 15 | 26(8~48) | ||
합 계 | 168 | 13 | 15 | 4 | 42 | 42 | 284 |
자료: 보건복지부
또한 신의료기술평가 시 자문위원 선정 및 자문내용 등에 대한 내부방침을 정하지 않은 채 실무자가 공문서가 아닌 이메일 등을 통해 자문을 요청하고, 자문결과도 이메일 등의 형태로 받아 평가위원회, 전문위원회 또는 소위원회 회의자료에 그대로 반영하는 등 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자료수집에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연구원 설립 후 100명 정도에 불과한 직원 중 85명이나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에서는 지난 2010년 11명, 2011년 18명, 2012년 26명, 2013년 16명이 퇴직하였다. 올해도 7월말 기준 14명이 퇴직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연구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정규직 3년 4개월에 불과하고, 비정규직의 경우는 더 심해 근속연수가 2년 6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미만 근속자수도 31명이나 되어 연구원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연구원 퇴직 현황> 14.7월말 기준(단위: 명, %) | |||||||||||
구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합계 | |||||
정규 | 비정규 | 정규 | 비정규 | 정규 | 비정규 | 정규 | 비정규 | 정규 | 비정규 | ||
현원 | 46 | 37 | 50 | 34 | 59 | 28 | 71 | 36 | 73 | 38 | |
퇴사자수 (비율) | 4 (8.7) | 7 (18.9) | 6 (12) | 12 (35.3) | 12 (20.3) | 14 (50) | 7 (9.9) | 9 (25) | 6 (8.2) | 8 (21.1) | 85 |
퇴사자중 1년미만근속자수 (비율) | 2 (50) | 6 (85.7) | 4 (66.7) | 7 (58.3) | - | 5 (35.7) | 1 (14.3) | 2 (22.2) | 1 (16.7) | 3 (37.5) | 31 |
자료: 보건의료연구원
김성주 의원은 “보건의료연구원이 설립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설립 당시부터 지적되었던 역량, 인력, 전문성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연구를 해도 반영되지 않고, 기껏 연구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는 역량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평가결과 통보기일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보건의료연구원의 설립이유에 회의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보건의료연구원이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졌지만 총체적 부실 연구기관으로 오명을 씻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본적 대책을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연구원에 대한 종합적, 근원적 조사와 평가를 통해 신의료기술평가, 보건의료연구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