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선진통일당 문정림 의원(정책위의장 겸 원내대변인)은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지난 8월 29일 발표된 의약품 재분류의 절차적 문제점과 정부가 제시한 피임제 관련 보완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였다.
1) 의약분업 이래 이루어진 첫 대대적 의약품 재분류, 두 번의 회의로 일사천리 진행, 복지부·식약청에게는 8월까지 재분류를 확정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충분한 논의과정보다 더 중요했나?
문정림 의원은 올해 7월 24일 있은 식약청 첫 업무보고를 통해 의약품 재분류를 심의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의 임기가 종료된 지 6개월이 넘게 위원회 구성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며, 이에 복지부는 8월 초에서야 중앙약심 구성을 완료하였다. 즉, 식약청이 6월 7일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한 지 2달이 지난 후에야 의약품 재분류 심의 기구가 구성된 것이다.
문정림 의원은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이 6월 7일에 시작되어 7월 6일에 종료되었지만, 보건복지부 및 식약청의 방치로 야기된 중앙약심 구성의 지연으로, 중앙약심의 심의는 이루어질 수도 없었던 상황이 지속되다가, 8월 초 중앙약심 구성 후인 8월 28일과 29일에야 2000년 의약분업 이래 최초로 시도된 500여개의 대대적 의약품 재분류가 고작 2차례의 회의로 확정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더욱이 2차례의 중앙약심 회의 전, 정부는 재분류 최종 확정안 발표일을 이미 8월 29일 오후 2시로 결정하였던 바, 언론은 식약청이 더 이상의 추가 논의를 계획하지도 않았으며, 중앙약심 회의를 형식에 불과한 요식행위로 취급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었다.
참고로, 지난 2011년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요구했던 17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 재분류를 진행하였을 때, 중앙약심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 위원 외에 관련학회 전문가를 배석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등 5차례의 열띤 논의를 하였던 것에 비하면, 지난 8월 말의 최종 확정안 결정은 가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심도 있는 의약품 재분류 검토보다, 8월까지 재분류를 확정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며, “약사법에 근거한 중요한 논의절차인 중앙약심을 유명무실한 통과의례로 생각했던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덧붙여, 문 의원은 “최종 재분류 결과 발표일을 연기해서라도,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 의약품 재분류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발표 일정 맞추기에 급급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잃게 된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이라며, “현 정부 임기 내에 의약품 재분류라는 큰 사업을 마치고자 한 다분히 성과주의적 전시행정”이라고 질타하였다.
2) 정부가 내놓은 피임약 관련 보완대책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지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 정책
한편, 금번 의약품 재분류의 핵심 쟁점은 단연, 사전-사후(긴급) 피임약의 재분류였다. 피임약 재분류 문제는 의-약계는 물론, 시민단체, 여성단체, 종교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된 민감한 사안이었다.
식약청은, 지난 6월 7일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통해, 일반의약품이었던 사전피임약은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전문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이었던 사후(긴급)피임약은 접근성과 부작용 등을 고려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키로 발표한 바 있었으나, 8월 29일 최종 재분류 결과에서는 그간의 피임약 사용관행, 사회·문화적 여건 등을 고려하여 현 분류체계를 유지하되, 향후 3년간 집중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면서, 여성 건강 보호를 위한 피임약 관련 보완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내용인즉, 사전피임제의 경우, 처방전을 소지한 여성에게 보건소를 통해 피임약을 무료 또는 실비로 제공하고, 사후(긴급)피임약은 야간․휴일의 긴급피임제 수요를 감안, 야간진료 의료기관․응급실에서 심야시간대 당일 분 원내조제를 허용하고, 심야․휴일이 아니더라도 보건소 진료 후, 긴급피임제를 무료 또는 실비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정림 의원은 “피임약 재분류 문제는 피임약 이용실태 및 부작용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 결과를 충분히 축적하고, 재정 등 기타 정책여건을 면밀히 검증한 후 대책방안을 내놓아야할 사안”이라며, “정부는 재정 면만 해도 보건소 포괄보조금을 통해 피임약을 구입하거나, 제약회사의 기부를 통해 피임약을 확보한다고 하나,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예산증액의 실현 가능성과 확보방안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이상 피임약 관련 보완대책은 ‘대책이 아닌 공염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문 의원은 “금번 대책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지정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나며, 여성의 건강권 보호라는 근본취지와는 동떨어진 피임약 무료제공, 실비제공 등 다분히 비용적인 측면의 유인책으로 오인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그간 피임약 재분류 문제를 둘러싼 안전성, 접근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더불어 “향후 식약청이 추진할 의약품 정기-수시 재분류의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여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제도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