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간염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질병 부담을 줄이고,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된다.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간염의 원인과 증상, 치료, 예방법에 대해 이순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간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장기다. 특히 간에 염증이 생기는 간염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손상돼도 별다른 이상 신호가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혈액검사를 통해 미리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염은 원인에 따라 크게 바이러스성, 약물성, 알코올성, 자가면역성 간염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바이러스 간염이다. 원인 바이러스에 따라 A형, B형, C형, D형, E형으로 구분된다. A형과 E형은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돼 급성으로 나타나고,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반면 B형과 C형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고,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D형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이중 감염 형태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외에도 특정 진통제나 항생제, 생약 성분 등 약물에 의한 간염이나, 자가면역 질환, 유전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C형 간염은 백신이 없어 혈액 전파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며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있기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고위험군에서는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염은 발생 시기와 경과 기간에 따라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급성 간염은 일반적으로 피로감, 식욕 저하, 오심, 구토, 발열, 우상복부 불쾌감 등의 비특이적 증상과 함께 황달, 진한 소변,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지만, 일부는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반면 만성 간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간 내 염증과 섬유화가 지속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간기능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염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A형, E형 간염처럼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대개 충분한 휴식과 수분, 영양 섭취만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B형, C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만성 C형 간염에 대해 높은 완치율을 보이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고, B형 간염도 꾸준한 관리로 간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면역억제제가 사용되고, 간 기능이 급속히 저하되거나 간부전으로 진행된 경우 간 이식이 고려되기도 한다.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A형,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있어 접종을 통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음식물과 식수의 위생 관리, 안전한 성생활,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 생약 성분의 무분별한 복용은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 역시 간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절제해야 한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은 적절한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며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인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