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서울 전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최고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더울 것”이라며 “온열질환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인체의 체온 조절에 부담을 주어 무더위로 인한 급성 건강 문제인 온열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
온열질환은 과도한 열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군으로, 대표적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이 포함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온열질환(질병코드 T67)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7,248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22년 15,638명 대비 약 74%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는 폭염의 빈도 및 강도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온열질환 예방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체계적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유정 교수가 말하는 온열질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치명적인 온열질환, 열사병
열사병은 체온 조절 충추인 시상하부의 기능이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이다. 40도 이상의 고체온과 의식 저하를 특징으로 하며, 빈맥, 저혈압, 심한 두통, 오한,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심한 경우 다발성장기부전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온열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형태로 간주된다.
시원한 물·젖은 수건·얼음… 열사병 땐 이렇게 대처
열사병이 의심될 경우,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우선 119에 연락하여 신속히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하며, 이송 전까지는 다음과 같은 현장 처치가 필요하다.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하여 체열이 잘 발산되도록한다.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환자의 전신을 닦아 체온을 낮추고, 부채나 선풍기를 이용해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이 식도록 도와준다. 또한, 목, 겨드랑이, 서혜부와 같이 주요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얼음을 대어 중심체온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환자가 의식이 명확하고 협조가 가능한 경우, 수분 보충을 위해 물이나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섭취할 수 있으나, 의식이 불분명하거나 구토가 있는 경우에는 구강 수분 섭취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열탈진? 열경련? 가볍게 보면 더 위험”
열탈진은 심한 땀 분비로 인한 탈수 및 전해질 소실로 인해 발생하며, 피로감, 현기증, 오심, 저혈압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열경련은 체내 염분 손실에 따른 근육 수축 이상으로 발생하며, 주로 팔, 다리 또는 복부 근육에 경련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서늘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여 전해질이 포함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열경련이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부위의 근육을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스트레칭 해주는 것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증 온열질환도 방치 시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영유아 등 고위험군은 경미한 증상도 심각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무더위 속 야외활동 온열질환 예방법: 일기예보 체크,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유정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2025년 여름은 예년보다 폭염일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야외활동 전에는 반드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야외 활동 시에는 수분을 자주 섭취하고, 통풍이 잘 되는 편안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어 실신하거나 의식 저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수분을 공급하는 등 초기 처치가 필요하며 의식 저하가 지속되거나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119를 호출하고 응급실로 이송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외 근무자는 ‘폭염 수칙’을 준수
폭염 기간 동안 건설현장, 농작업, 택배배달 등의 실외 근무자는 온열질환의 직격 타깃이 될 수 있다. 햇볕이 가장 강한 시간대인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 작업을 피하고, 부득이하게 작업할 경우 20~30분 간격으로 규칙적인 휴식과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이유정 교수는 “작업 전후 체온과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중증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직장에서의 예방 교육과 냉방, 휴게 공간 마련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폭염 대응의 핵심, 예방과 실천
폭염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예방이 가능한 건강 위협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온열질환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예방수칙을 충실히 이행하면 대부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더위를 무작정 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