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사용이 자녀의 ADHD·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약 277만 명에 달하는 국가 단위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과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해당 연관성을 국가 단위 자료로 검증한 세계 최초의 역학 연구로, 의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 1월호에 게재됐다.
임신 기간에는 약물 복용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속쓰림은 임산부에게 흔한 증상이지만, 약물 안전성에 대한 불안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 교수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출생한 약 277만 명의 아동과 산모를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활용해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사용과 자녀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정신 질환 발생 간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초기 인구 기반 분석에서는 약물 노출군에서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으나, 연구팀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른 교란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분석을 실시했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형제자매 대조 분석’과 ‘모의 표적 임상시험(emulated target trial)’ 기법을 적용해 교란 요인을 정밀하게 통제했다.
그 결과, 교란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는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과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동건 교수는 “임산부 연구는 윤리적·현실적 제약으로 무작위 임상시험이 어려운 분야”라며 “의료 빅데이터와 선진 연구 방법론을 결합해 약물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의과대학 학부생이 연구의 주축으로 참여해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이례적인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1저자인 홍서현 학생은 “산모들이 보다 안심하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연 교수는 “앞으로도 의료 빅데이터와 정교한 연구 설계를 기반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치료 근거를 제시하는 디지털 헬스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