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장암 검진 체계를 기존 분변잠혈검사 중심에서 대장내시경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확정하면서 국내 내시경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권고 수준을 넘어 국가 의료 정책의 표준이 바뀌는 만큼 관련 의료기기 시장의 구조와 경쟁 구도 역시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국가암관리위원회를 열고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현재 분변잠혈검사 양성 판정 시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대장내시경을 1차 기본 검사로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8년 도입을 목표로 대장암 검진 연령을 기존 50세 이상에서 45~74세로 확대하고, 10년 주기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상자는 해당 연령대 동안 총 3차례 국가 지원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된다. 이는 정확도 한계가 지적돼 온 분변잠혈검사를 보완하고, 병변 발견과 동시에 용종 절제 등 치료가 가능한 대장내시경의 장점을 국가 검진 체계에 전면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정책 전환이 2000년대 초 국가암검진에 위내시경이 도입됐던 시기와 유사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국가암검진 사업 도입 이후 위암 검진에서 내시경을 선택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했고, 2010년에는 70%를 넘어서며 사실상 표준 검사로 자리 잡았다. 참여율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검사 건수 확대와 함께 장비 도입 및 교체 수요, 시술기구 시장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내시경은 진단과 조직 채취, 병변 절제가 동시에 가능한 특성상 검사 확대가 반복적인 시술기구 및 소모품 수요로 이어진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은 관련 기업들에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제공해 왔다. 대장내시경이 국가 검진의 기본 검사로 자리 잡을 경우, 위내시경 도입 당시와 유사한 산업 성장 사이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대장내시경에 대한 수요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고 평가한다.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7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암검진 대상자의 66.2%가 대장암 검진 방법으로 대장내시경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해 분변잠혈검사(33.8%)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의료 현장에서는 검사 건수 증가뿐 아니라 노후 내시경 장비 교체, 고해상도 진단 장비 확충 등 설비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용종 절제용 스네어, 나이프, 약물 주입용 인젝터 등 시술기구와 소모품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코스닥 상장사 파인메딕스(387570)가 정책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2009년 소화기내과 전문의 전성우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내시경 용종 절제 시술에 사용되는 나이프와 조직 채취용 스네어 등 소화기 내시경 시술기구를 국산화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파인메딕스는 지난해 글로벌 내시경 장비 기업 소노스케이프와 국내 장비 총판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영역을 장비 유통까지 확장했다. 이를 통해 장비 공급부터 시술기구 제조,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토탈 내시경 솔루션’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대장내시경 국가검진 도입이 확정되면서 내시경 산업은 단기적 수요 증가를 넘어 중장기적 구조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 패러다임의 전환이 의료 현장의 표준을 바꾸고, 그 변화가 관련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이끌지 주목된다.













